일상에서 기적을 일구는 무한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이필수 시인의 첫 시집
2010년 계간 『제3의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하동지부장으로 활동 중인 이필수 시인이 시 등단 11년 만에 첫 시집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를 출간했다.
이필수 시인의 시집 해설을 쓴 김남호 문학평론가는 “무릇 시인은 바보다.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어둡고 감정이 앞서서 결코 이성적이지 못한 인간형이 시인이기 때문이다. 이필수 시인도 예외가 아니다. 그도 대책 없는 바보다. ‘엄마’ 바보고, ‘손주’ 바보고, ‘희망’ 바보다. 그런 만큼 이필수의 첫 시집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는 엄마에 대한 절절한 회한과 손주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희망에 대한 대책 없는 긍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좋은 시는 비극적 상황에서도 비극으로 떨어지지 않고 바닥을 치면서 그 탄력으로 다시 더 높게 튀어오르는 시다. 이필수의 좋은 시가 빛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의 표제시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가 좋은 예이다. 오늘이 좋은 이유는 특별한 일이 기다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아무런 일이 없어서다. 집안이 무사하고 나와 가족이 건강하다는 것, 아무리 누려도 줄지 않는 행복이 바로 내 곁에 있다는 것, 어쩌면 내일은 멋진 시가 써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부푼다는 것, 이게 바로 기적이다.
일상에서 기적을 보는 시인의 사유는 세상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무한긍정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이 긍정의 힘은 어느 날 불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인생 그거 벌 거 아니다”라고 말하며 인생을 통째로 퉁칠 때 시인은 “인생 참 별 거더라”(「사는 게 별 거지」)며 하루하루를 나누어 금을 매긴다. 시인에게는 순간순간이 모두 별 거고 사사건건이 모두 별 거다. 그에게 별 거 아닌 건 없다. 일상의 기적은 바로 범사(凡事)에 감사하는 그 믿음이 만든다.
그에게 “오늘이 좋은 이유”는 곧 “내일이 좋은 이유”로 이어질 것이고, 나아가 “이번 생이 좋은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너무도 사소하고 흔해서 쉽게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사람은 훌륭한 정치가나 위대한 사상가가 아니다. 길가에 지천으로 핀 들꽃에다 힘들여 물을 길어다주는 바보처럼, 사소하고 미미하고 흔한 일상을 아끼고 지키고 가꾸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일이 천직이라고 믿는 사람이 시인이다. 이필수 시인도 예외가 아니다. 그도 대책 없는 바보다.
하동의 선배시인 최영욱 시인(박경리문학관장)은 “등단 10년을 훌쩍 넘기고 첫 시집을 상재하는 시인, 이런 과작(寡作)도 드물 터이다. 한 생애를 정리하는 듯, 또는 생의 매듭 하나를 풀어내는 시집이자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시집일 것이다. ‘뭇내 나는 가난을 말리시며 박꽃처럼 웃으셨’던 어머니에 대한 회고는 아련한 아픔으로 펼쳐내고, 손녀에 대한 황홀함은 ‘단단한 희열’이다. 아픔과 희열이 교차하는 가족사를 벗어나면 ‘봄볕의 눈동자조차 녹이고야 마는/ 시퍼런 향기 한 모금’의 지리산이 키운 곡진한 차향이 진동을 하고, ‘추수가 끝나야 비로소 평사리 문장이 시작되’는 큰 산 아래 큰 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은일하여 아름답다”라는 말을 건네며 이필수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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