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정보 검색
책 소개
넓적다리 뼈다귀처럼 개들에게 물어뜯기는아직도 상처받을 수 있는 쓸모 있는 몸, 그러나
몸 깊은 곳 상처의 냄새마저 이제 너를 떠난다
그것은 너의 세월, 혹은 영혼, 기억들; 토막난
죽은 몸들에게 짓눌려 피거품을 물던 너는
안 죽을 만큼의 상처가 고통스러웠다
간혹 매운 몸들이 으깨어지고 비릿한 심장의
파닥거림이 너의 몸으로 전해져도 눈물 흘릴
구멍 하나 없었다 상처 많은 너의 몸
딱딱하게 막혔다 꼭 무엇에 굶주린 듯
너의 몸 가장자리가 자꾸 움푹 패어갔다 _「나무도마」 부분
텅텅 빈 화분 세 개
마당에 나뒹굴고 있어
아주 훤히 비었으므로
게워낼 것도 없어 그저
채워야만 하는 마음뿐인 듯
그 마음만으로도 그냥
살아내야 한다는 듯 _「근황」 부분
나는 가던 길을 매번 다시 돌아온다.
이생의 산소호흡기와 오줌 호스를 탯줄처럼 다시 꽂고,
눈을 뜨면 사라진 내 몸의 꽃들. 실연당할수록 꽃보다는 향기가 그립다. 매일매일 하루분의 향기를 제공받지만, 그 향기 왜 맡지 못할까 사람들은, 왜 그것을 목숨이라고 할까 _「꽃상여」 부분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기섭 시인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인 『분홍색 흐느낌』을 문학동네포에지 28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존재론적인 고통을 풀어냄에 있어서 고통의 근육을 느끼게 하는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장래가 촉망되는 시인으로 데뷔하였으나 같은 해 폭설이 내리던 12월 4일 불의의 사고로 만 스물여섯에 세상을 떠났다. “몸은 큰 강을 건너갔지만, 비와 바람에도 씻기지 않을 언어의 비석”을 세상에 남기고(문태준). 시집에는 별다른 부의 구분 없이 모두 53편의 시를 실었다. 2006년 초판 발간 당시 편집에는 시인의 은사이기도 했던 문학평론가 신수정, 소설가 윤성희를 비롯한 모교 서울예대의 문우들이 참여했다. 등단 후 문예지에 발표한 시 20여 편과 평소 시집 출간을 염두에 두고 시인 스스로 정리해둔 습작 및 미발표작들을 묶어 선보였다.
빈방, 탄불 꺼진 오스스 추운 방,
나는 여태 안산으로 돌아갈 생각도 않고,
며칠 전 당신이 눈을 감은 아랫목에,
질 나쁜 산소호흡기처럼 엎드려 있어요
내내 함께 있어준 후배는 아침에 서울로 갔어요
당신이 없으니 이제 천장에 닿을 듯한 그 따뜻한
밥 구경도 다 했다, 아쉬워하며 떠난 후배
보내고 오는 길에 주먹질 같은 눈을 맞았어요
불현듯 오래전 당신이 하신 말씀; 기습아,
인제 내 없이도 너 혼자서 산다, 그 말씀,
생각이 나, 그때는 내가 할 수 없었던,
너무도 뒤늦게 새삼스레 이제야
큰 소리로 해보는 대꾸; 그럼요,
할머니, 나 혼자도 살 수 있어요,
살 수 있는데, 저 문틈 사이로 숭숭 들어오는,
눈치 없는
눈발
몇
몇,
_「뒤늦은 대꾸」 전문
책 리뷰
책 리뷰 블로그
시꽃 마을 (2024년 11월 15일)
시집 1240. 신기섭 - 『분홍색 흐느낌』
시집 1240. 신기섭 - 『분홍색 흐느낌』
할머니 변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앉아 씨부랄 새끼, 한 말씀 하시네 분홍색 흐느낌 이 밤 마당의 양철쓰레기통에 불을 놓고 불태우는 할머니의 분홍색 외투 우르르 솟구치는 불씨들 공중에서 탁탁 터지는 소리 그...
대형견과 아기가 함께하는 여행: 너는 나의 시간 (2024년 9월 17일)
분홍색흐느낌, 신기섭 시인의 시...
분홍색흐느낌, 신기섭 시인의 시...
(신기섭 시인의 시 중에서) 비록 시인은 떠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이 시인의 그리움을 읽어주길 바래본다. #신기섭 #신기섭시인 #분홍색흐느낌 #유고시집 #신춘문예
즐거운 문화여행 (2024년 8월 27일)
「분홍색 흐느낌 - 신기섭」, 이 밤 마당의 양철쓰레기통에 불을...
「분홍색 흐느낌 - 신기섭」, 이 밤 마당의 양철쓰레기통에 불을...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기섭 시인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인 『분홍색 흐느낌』. “존재론적인 고통을 풀어냄에 있어서 고통의 근육을 느끼게 하는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어린이철학 & 산 & 야생화 (2020년 12월 8일)
흐느낌 / 신기섭 / 시집 <분홍색 흐느낌> / 시에 대한 내생각...
흐느낌 / 신기섭 / 시집 <분홍색 흐느낌> / 시에 대한 내생각...
무엇이 급해 그리 빨리 떠났는지 신기섭 약력 (1979 - 2005) *1979년 경북 문경 태생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2006년 유고 시집 <분홍색 흐느낌> 출간 글ㆍ사진 초록빛오후 손재원
PAGE GRAPH : MED SUD I EYRUM VID SPILUM ENDALAUST (2021년 10월 26일)
추억이 되지 못한 기록의 묶음,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추억이 되지 못한 기록의 묶음,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음악이 되지 못하는 명상, 신기섭 음악이 되지 못해 기분이 상한 그의 노래는 시집을 읽는 동안 분홍색 흐느낌으로 남았다. 흐느낌의 색이 분홍색이라면? 그 흐느낌은 울음일까 기쁨일까. 분홍색 흐느낌은 검은...
무슨 음악이 좋을까? (2017년 9월 12일)
분홍색 흐느낌 - 신기섭 시집
분홍색 흐느낌 - 신기섭 시집
분홍색 흐느낌 저자 신기섭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06.05.22. 숨김없이 느낀 그대로를 글로 옮겨 놓은 듯한 시집 다는 못 읽었다. 글이 열린해석이라곤 하지만 무언가 깊은 뜻이 있는데 아직은 이해하기 힘든...
술책인 (2020년 1월 16일)
<분홍색 흐느낌>_신기섭 시집/ 문학동네
<분홍색 흐느낌>_신기섭 시집/ 문학동네
그래서 시집을 빼 들었다. 책방에서 낭독회를 두 번 했던 박지웅 시인이 추천해서 3년간 내 것이었으나... 있는 내 생활이 좋다. 다녀와서 발자국 몇 개 꼭 남기리라. 옥상에 눈이 많이 쌓이고 있다. 신기섭 시인
Over the Rainbow (2009년 3월 26일)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中 +) 신기섭이란 이름 옆에 (1979~2005)라고 적혀 있었다. 2005년에 등단한 사람인데 2005년에 죽었다구? 문학동네에서 이런 실수를 다 하는군. 고개를 움직이며 시집을 읽었다. 누군가...
이다의 소박한 짜임새 (2017년 3월 8일)
[시집]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 마지막 한 점 분홍
[시집] 신기섭, <분홍색 흐느낌> : 마지막 한 점 분홍
2006 분홍색 흐느낌 저자 신기섭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06.05.22. 문학상을 탔던 후배는 한 권의 시집을... - 시인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 책 속 밑줄 오래 자다 일어난 것 같은데 어둡다 문득...
들리는가, 숲속에서 들리는 소리 (2021년 7월 30일)
711. 분홍색 흐느낌/ 죄책감 / 집착 - 신기섭
711. 분홍색 흐느낌
------------------------------------------------ <작가 소개> 신기섭(1979~2005) 경북 문경 출생.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나무도마> 당선. 2005년 12월 4일 교통사고로 사망. 유고 시집 『분홍색 흐느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