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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 편집장의 책소개형은 개망초 年代記라 쓰고 나는 개망초 連帶記로 읽는다
- 김재룡 시집 『개망초 연대기』 편집 후기
1
김재룡 형의 시집을 묶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었는데, 그보다 더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묶게 되었으니 말 그대로 감개가 무량하다.
형이 처음 사무실로 가져온 원고 뭉치는 그 부피가 상당했다. 겉에는 단 한 줄이 쓰여 있었다. “아무리 깊은 슬픔일지라도 죽음을 이길 수 없으리라.” 부피도 부피려니와 그 부피에 담긴 형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슬픔을 생각하면 그것은 원고 뭉치라기보다는 차라리 유골함에 가까웠다.
2
김재룡 형의 시집을 최성각 작가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것은 시집이 아니라 눈물보따리다. 곳곳에 울음이 배어 있어 책이 축축하다. 내 울음과 남의 울음이 뒤섞여 구분이 안 된다. 세상에 이런 시집은 없다. 시집이라는 형태로 살아온 이야기들을 처음 묶은 시인은 다시는 시집을 묶지 않겠다고 호언한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이기는 슬픔은 없다”는 제사(題詞)로 시작하는 이 자전적 시집은 결연하다. 시인은 책 읽고 살았노라는 폼도 안 잡고, 남들은 못 보는 것을 봤노라는 허풍도 안 떤다, 다만 지리멸렬하고 지루하고 내세울 것 없는 일상을 임명받은 적도 없는 사관(史官)처럼 숨 막히도록 꼼꼼하게 기록할 뿐이다. 이 시집이 대한민국 시사(詩史)에 괄목할 만한 족적을 남기게 되거나, 즐기기에는 인내심이 필요할 이 두껍고 진지한 시집으로 인해 세상이 변할 리는 없겠지만, 시편을 넘기노라면 슬프고 뜨겁고 막막한 기운에 몸이 더워진다. 아마도 어이없고 흉한 세월을 개망초처럼 견뎌왔고, 앞으로도 목숨 붙어 있는 한 묵묵히 살아내야 하는 보통사람이 이 시집의 화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착하고 눈물 많은 시인이 한 권의 시집만 내고 자전거 한 대가 휙 사라지듯이 이 눈물골짜기를 지나가겠다고 하니, 시와 시정신을 사랑하는 이들이 이 특별한 시집을 만지작거리다 ‘제 것’으로 만들면 그보다 괜찮은 일도 다시없을 것이다.”
고광헌 시인은 김재룡 형의 이번 시집을 일러 이렇게 말한다.
“김재룡(시집)의 화자는 개망초처럼 가장 낮은 삶마저도 위태로운 세계에서 '희망 없는 것들의 희망'을 각혈하듯 쏟아낸다. 그가 호출한 언어는 편편이 슬픔과 눈물, 연민과 애도의 아우라로 감응의 공간을 넓혀간다. 여기에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어린 나이에 맞닥뜨린 폭력의 원체험에서 그의 문학적 사유가 시작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시인은 30여 년을 체육을 통해 참교육을 실천해 온 매우 드문 선생님이기도 하다. 시와 대면할 때만큼은 ‘열외의 대열’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독보적인 초식을 보여주는 영혼과 마주하는 기쁨이 크다.”
시집 해설을 쓴 박용하 시인은 김재룡 형에 대해서 형의 시집에 대해서 또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이 시집(책) 도처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국가 폭력의 유구함만큼이나 면면히 흐른다. 그 그림자는 6.25 전쟁이 일어나던 당일 난사당해 숨진 그의 조부모를 비롯해, 어머니가 개가(改嫁)한 뒤 태어난 여동생 ‘국화’의 때 이른 죽음, 이 여동생의 죽음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에서 탱크에 깔려 죽은 박수무당의 죽음과 훗날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효순, 미선의 죽음과 겹쳐지고,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대회 때 경찰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의식을 찾지 못하고 2016년 9월 사망한 백남기 님의 죽음을 ‘병사’로 처리한 사망진단서와 총상으로 숨진 그의 아버지를 ‘병사’로 만든 국가 폭력에 의한 죽음이 또 겹쳐진다. 미군 트럭 밑으로 택시가 끼어 들어가는 바람에 운전사와 함께 죽은 불알친구 승룡이의 죽음, 유행성 출혈열로 숨진 의붓아버지, 큰아버지의 죽음, 그가 체육 교사여서 더욱 남달랐을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까지……. 그래서였을까.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시에서 화자는 “죽어 떠나간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뒤돌아보는 것이다”라고 죽음이 역으로 삶을 애도하거나 “끝내 목숨을 걸지 못했으므로 매일 죽어야만 했을 것이다”라고 지금 여기서의 삶을 비탄하며 “그렇게 죽어간 것들에 대해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살기 마련이었다”라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을 향한 긍정의 노래 한 가락을 보탠다.
(중략)
내가 나이 먹어가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괜찮다 싶었던 인간들이 생각보다 구질구질하고 찌질한 인간들이라는 것을 어느 한순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고, 사람은 뒤를 봐야 하고 끝자리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내 맘에 안 들 때도 있었지만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그는 여전히 뜨거운 사람이며 정직한 사람이라고 내 피부는 기억한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만 골라서 하고 있다.
3
실은 이번 김재룡 형의 첫 번째 시집 『개망초 연대기』를 편집하면서 무척 놀랐던 게 있다. 하나는 그 분량이다. 편집을 끝내고 보니 시집의 페이지 수가 무려 248쪽에 이른다. 달아실시선은 물론 시중의 일반적인 시집들과 비교해도 두 배에 가까운 분량이다. 더 놀라운 것은 처음 보내온 원고에서 꽤 여러 편의 작품을 뺀 결과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시집 혹은 시의 형식이 무척 파격적이라는 것이다. 형이 보내온 원고는 시집 앞뒤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배치하였고, 시집을 편집하면서도 형의 의견을 그대로 따랐는데 이런 형식의 시집이 과연 있었나 싶다. 한편 프롤로그에 실은 장시 「쓸쓸한 연대기(年代記)」와 4부 기억의 총량에 실은 두 편이 장시 「세월호 일기초(日記抄)」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세 편의 장시를 두고 과연 독자들은 시로 읽어낼 것인지 아니면 글자 그대로 일기로 읽을 것인지 궁금하다. 형식을 파괴한 이 시를 물론 나는 시로 읽었지만.
「쓸쓸한 연대기(年代記)」는 김재룡 형의 60년 파란 많은 일생을 십 년 단위로 기록한 연대기이고, 「세월호 일기초(日記抄)」는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2014년 4월 16일부터 4주기를 맞는 2018년 4월 16일까지의 일을 기록한 일종의 일기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총상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부친의 죽음을 덮으려 했던 국가 폭력이 저지른 야만에 대한 기록인데, 아버지의 병상일지와 국가 폭력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가계에 대한 기록이 합쳐진 장문의 서사이다. 어쩌면 어떤 사건에 대한 증거 기록 내지 진술으로 보이는, 이러한 시편들에 대해서 박용하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어떤 시(글)는 단지 진술에 의존할 뿐인데도, 문학적 수사에 능한 시를 능가하는 울림을 준다. 진술이 시의 비유를 넘어서는 힘을 내장하고 있는 까닭이다.”
내가 김재룡 형의 시 같지 않은 시편들을 보며 마침내 ‘울음을 가득 머금은 시’로 읽었던 까닭과 다르지 않다.
4
졸시 중에 마침 「개망초」라는 시가 한 편 있다.
“나라를 망쳤으니 망할 년, 망초라 불렀다지요 / 분이 안 풀려 개 같은 년, 개망초라 불렀다지요 // (중략) // 비탈밭에 붉은 작약 대신 개망초가 하얗게 번졌던 그 해 유월, // 소문은 흉흉하고 무성했지만 몽골 여자 병점댁을 실제로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 (중략) // 망초, 나라를 망친 꽃이 아니라 고향을 잃은 꽃입니다”(박제영, 「개망초」 부분)
유월이니, 이제 곧 전국 산이며 들에 개망초 피겠다. 세상을 망친 것이 어찌 개망초이겠는가. 개망초는 오히려 나라를 잃고 고향을 잃은 민초들의 초상이겠다. 김재룡 형의 시집이 그것을 오롯이 증거한다. 그럼에도 또박또박 악랄하게 피고 또 피어서 마침내 이 슬픈 국가를 살아내야 하는, 이겨내야 하는 운명의 꽃. 바로 개망초 아니겠는가.
김재룡 형의 첫 번째 시집 『개망초 연대기』는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살아왔고, 우리가 누구이며 마침내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핏빛 기록이다. 힘들더라고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끝끝내 읽어내야 하는, 어쩌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상처에 대한 기록일지도 모르겠다.
이 땅의 모든 개망초들에게 이 시집을 권한다. 개망초끼리 연대(連帶)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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